파네타 美 국방 "기존 전략에 충실할 것"
미국의 아프간 조기철군 전망 일축
지난 11일 미군 병사의 총기 난사로 아프간 주민 16명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미 국방부는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는 한편, 이 사건이 미군의 아프간 조기철군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리온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12일 "전쟁은 지옥과도 같다. 이런 사건은 다른 전쟁터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요,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고 언급했다. 파네타 장관은 또 "미국,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도의 국제안보지원군(ISAF) 모두 기존의 전략에 충실할 것"이라고 해 이번 사건이 미군의 아프간 철수계획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2014년까지 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킬 계획이다.존 앨런 아프간주둔 미군 총사령관 역시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을 "일개 군인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한 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작전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재 사건 용의자는 30대 중반으로 이라크에 3차례 참전한 경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N은 이 용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 조기철군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향후 미국의 아프간에서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올해 1월과 2월 잇달아 터져 나온 악재로 인해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미국에겐 큰 부담이다.
1월 초 미군 병사들이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는 아프간 현지인 시신에 집단 방뇨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한편 지난 달 말엔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서 미군 병사들이 코란을 소각한 것이 외부에 알려졌다. 이러자 아프간 국민들 사이에 반미감정이 들끓기 시작했다. 코란 소각 사건에 항의해 지난 3월6일 바그람 기지에선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민간인 2명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은 들끓어 오르는 반미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은 병사 한 명의 일탈행위로 축소하려 애쓰지만 아프간 주민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사건이 발생한 판자위 마을 주민들은 사건현장에 1명 이상의 미군 병사가 있었으며 헬기를 목격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는 마을 주민들이 이번 사건을 사전에 조율된 작전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앨런 사령관은 반미감정을 의식한 듯 "아프간 당국과 사건 용의자 수사 관련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용의자는 미국법에 따라 수사를 받고 사법처리 될 것"이라고 해, 반미감정을 자극할 여지를 남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