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인도시장 주목

2005-11-28     글/ 이종철 기자
신비의 나라 ‘인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첨단산업 급성장, 국내외 기업 인도진출 박차
최근 인도관련 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등 인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복잡하고 무질서하다는 첫인상과는 달리 인도는 자체기술로 핵폭탄을 제조하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과학기술의 강국인 곳.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개발인력의 35%가 인도사람이며 금과 차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설탕과 시멘트는 세계 1,2위 생산국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은 인도의 이런 왕성한 소비와 생산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11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와 중산층의 규모가 중국의 10배에 달한다는 점, 20대와 30대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한다는 점도 인도시장의 성장잠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도주식시장의 매력은 GDP 대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비중이 미국과 대만이 130% 태국과 우리나라는 79%와 49%에 달하는 것과 달리 10% 정도로 절대적 저평가에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중국과 달리 산업구조도 농업과 제조업 비중보다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 외부변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내수만으로도 경제가 굴러간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외국인 주식보유 제한이 풀리고 1년 이상 장기보유시 세제혜택을 주는 등 투자환경마저 좋아져 인도시장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인도, 실질GDP 8.1% 성장
지난 2년간 7% 전후의 실질GDP 성장을 기록하면서 인도경제가 중장기적인 성장국면에 진입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 1분기(2005년 4~6월) 인도의 실질성장률이 8.1%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되고 있다.
최근 인도의 실질GDP 성장률은 2003~04년도 8.5% 성장에 이어 2004~05년도에도 6.9%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당초 2005~06년도 인도의 실질성장률은 6.8%로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금년 1분기 8.1% 성장률은 당초 전망을 크게 능가하는 수준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4~6월 실질성장에서 광공업 분야는 10.3%의 성장을 보여 전체 성장률을 견인하고 있어, 인도의 산업경기가 계속 확장국면에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최근 수년간 인도의 광공업 생산을 보면 경기가 지속 확장국면에 있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인도의 광공업 생산 증가율을 보면 2002~2003년 5.8%→2003~04년 7.0%→2004~05년 8.4%→2005년 4~6월 10.3%로 매년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어 최근 수년간 인도의 경제성장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하나 주목할 점은 인도는 전체 GDP에서 농업의 비중이 총GDP의 약 23%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 해마다 몬순기의 강우량에 따라 전체 성장률이 좌우되는 결과를 보여 왔다. 금년 4~6월기의 경우 농업생산은 2% 증가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성장률이 8%를 넘어선 것은 그 자체의 의미가 크지만, 내년도에는 농업생산 결과가 전체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인 우려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한편 올 4~6월 인도의 성장률이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면서 일부에서는 중국과의 성장률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성급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올 4~6월기 양국 통계청이 집계한 성장률 잠정치를 비교해보면 전체 실질GDP 성장률에서 인도의 8.1% 성장은 중국의 9.5% 성장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격차를 상당히 줄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문별로 보면 산업경기를 직접 반영하는 광공업 생산이 1% 이내의 격차를 보인 반면, 서비스업은 인도가 2%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농업 및 관련분야는 인도의 농업작황 부진으로 3% 뒤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인도의 산업가들은 광공업 생산이 1% 이내로 성장 격차를 줄였다는데 특히 의미를 부여하면서, 몬순의 호조로 농산물 작황이 호조를 보일 경우 중국과의 성장률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인도의 산업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인도 주식시장은 BSE Sensex 지수가 8월 4일 8,800포인트까지 상승하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선거직후 주가수준에 비추어 두 배로 상승한 수준이며, 인도 정부에서는 주가 조작세력에 대한 규제를 거론할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아웃소싱 천국서 소비시장으로 탈바꿈
인도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에는 대체 인력 및 기술을 제공하는 아웃소싱 천국 인도가 구매력을 갖춘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9월 18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경제발전에 힘입어 인도의 구매력이 높아짐에 따라 아웃소싱 위주로 접근하던 미국의 기업들이 인도에서 제품 판매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인 시스코다. 최근 시스코는 인도지사에다 자사가 파는 모든 제품을 전시했다. 사장의 방문을 앞두고 벌인 행사가 아니다. 회사의 중요한 전략적 변화를 위해서다.
란가나트 살가미 시스코 인도 지사장은 “인도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수요가 많은 세계 세 번째 규모의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몇 년 전만해도 형편이 달랐다. 시스코와 같이 정보통신 기술을 파는 외국 기업들은 인도를 그저 값싼 기술을 제공하는 공급원 정도로만 바라봤다. 수요가 가격 변화에 민감해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는 2년 전부터 시작됐다. 2년 전 시스코는 3개월간 순회 홍보 기간동안 소비자와 기업, 전문가, 정부 관리들을 만나 인도 시장을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워 미 본사와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시스코의 마음을 붙든 것은 인도 시장의 특성이다.
시스코는 인도 시장에서 4가지 특성을 찾아냈다. 규제완화로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규모 기술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시스코가 파악한 첫번째 특징이다. 또 파키스탄과 관계가 안정돼 군비 대신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사업기회로 비춰졌다. 전자정부를 지향하는 인도 정부의 노력과 인도 경제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소규모 기업들이 외국 기업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도 인도 시장의 매력을 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업들의 전략적 변화를 불러온 것은 인도의 소비자들이다. 경제 성장으로 소득이 늘면서 제품의 소비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의 휴대폰 가입자는 한달 평균 150만명씩 늘고 있다. 이동 통신사들의 수익은 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레 외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는 인도에서는 처음으로 제조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반도체 제조사인 인텔은 인도의 차세대 컴퓨터 소비자들을 위해 인도 시장에 맞는 컴퓨터 제품을 개발키로 했다. 컴퓨터 제조사인 델은 인도의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점유율 3위로 상향 조정하고 대규모 마케팅에 돌입할 태세다. 살가미 시스코 인도 지사장은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앞으로 5년이 아닌 10년 뒤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인도에 휴대폰공장
국내기업의 인도진출도 활발해질 조짐이다. 우선, 삼성전자가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시장을 겨냥해 현지에 연산 100만대 규모의 휴대폰 공장을 설립한다.
삼성전자는 10월 11일 공시를 통해 인도에 휴대폰 생산법인인 '삼성 텔레커뮤니케이션즈 인디아'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업체로 인도에 휴대폰 공장을 설립한 곳은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가 두 번째다. 인도 법인은 자본금 103억원으로 삼성전자가 100% 투자한 완전 자회사 형태로 설립된다. 이 법인은 인도 내수와 수출용 휴대폰을 생산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구체적 인 생산 모델과 판매 전략은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은 인도 수도인 델리에서 남서쪽으로 22㎞ 떨어진 하리아나주 구루가운시에 위치할 예정이며 조만간 용지를 확정해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인도 공장 이 완공되면 중국 톈진과 선전, 멕시코의 티후아나, 브라질의 캄피나스에 이어 삼성전자의 5번째 해외 휴대폰 생산법인이 된다.
삼성전자는 인도 법인이 이른 시일 안에 생산을 시작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43억원 규모의 휴대폰 생산설비를 양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휴대폰 현지 생산공장을 인도에 설립하기로 한 것은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LG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매 실적이 뒤진 인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본금이나 연간 생산 규모가 크지 않지만 잠재력이 무한 한 인도에 생산법인을 설립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지에서 생산한 휴대폰 판매실적에 따라 물량을 점차 늘려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키아와 모토롤라 등 휴대폰 부문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업체들은 최근 인도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노키아와 소니에릭슨은 최근 인도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모토롤라도 인도 내 휴대폰 생산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새로운 기회의 땅 인도
요가, 힌두교 등으로 신비스러운 국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인도가 이제는 구체적인 교역 및 투자 파트너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경제는 오래 전부터 충분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11억 인구와 막대한 보유 자원, 높은 기초과학 수준, 세계적 수준에 이른 IT산업, 상당히 발달된 금융시스템과 자본시장, 정착된 민주주의 전통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인도의 인적자원은 양뿐만 아니라 질에서도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에 의하면 미국 과학자의 12%, NASA 과학자의 36%, 마이크로소프트사 직원의 34%가 인도인이라고 한다. 또한 미국과 영국 의사의 3분의 1 이상이 인도인이며, 인도 내에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우수인력도 1억 명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러한 잠재력이 경제성장이라는 과실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시스템과 의지 부족을 대표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실제 현재의 인도는 경제대국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과 비교하면 1인당 소득이 절반 수준, 외국인투자 유입액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인도의 뭄바이나 뉴델리 같은 대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노숙자나 빈민촌는 의문이 들게도 한다.
하지만 사회 내부에서는 근본적인 변혁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개방을 통한 고도성장전략을 채택한 1980년대 이후 느리지만 놀라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고성장이 인도인의 성장욕구를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과의 오랜 경쟁의식에 불을 지핀 셈이다. 그 결과가 최근의 고성장이다.
지난 1970년대 3% 대에 불과하였던 경제성장률이 1980년대에는 5% 수준으로 높아졌다. 최근에는 연 6~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2030년에는 경제규모가 일본을 능가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IT부문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IT집적지인 방갈로르지역에는 삼성, LG 등을 포함한 세계유수의 IT기업들이 연구 및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인도 대학에서 배출하는 IT 전문 인력 또한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근년에는 제조업 생산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물론 인도의 실물생산은 아직까지 농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선다. 하지만 공업부문의 발전이 갈수록 속도를 더하고 있다. 경제협력과 관련하여 인도는 판매시장과 생산기지 두 측면에서 모두 매력적이다. 먼저 11억 인구의 판매시장을 제공한다.
물론 아직까지 20% 이상의 국민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지만,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넘는 인구도 5천만 명 이상이다. 이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전화 등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여기서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인도시장을 선점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음으로 생산기지로서의 비교우위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보다 낮은 임금으로 잘 교육된 숙련노동자를 확보할 수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도 이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금융, IT 등 제조업 관련 서비스산업의 꾸준한 발전과 민간부문에 축적된 자본주의 경험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인도 진출이 곧바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는 아시아에 속하면서도 동아시아지역과 매우 다른 사회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카스트라는 신분제도, 힌두정신에 기반을 둔 독특한 거래관행 등으로 낭패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도로, 전력 등 인프라 기반이 열악한 것은 상당한 애로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중국에 이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과 투자처를, 그리고 국가적으로는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인도를 활용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