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의 달인’ 강용석 의원 ①
기사회생, 뒤이은 고소행보
위기 뚫고 기사회생
성희롱 발언으로 최대 정치위기를 맞았던 강용석 의원은 1년 만에 기사회생했다. 2011년 8월31일 소집된 국회 본회의에서 제명안이 찬성 111표, 반대 134표, 기권 6표, 무효 8표로 부결됐던 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구명에 적극 나선 것이 주효했다.
당시 김 전 의장은 강 의원을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해가면서 제명부결을 호소했다. 강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친인척관계(사돈)란 점도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까스로 정치생명을 유지한 강용석 의원은 고소고발 행보를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대상은 개그맨 최효종이었다. 강 의원은 최효종이 KBS2TV ‘개그콘서트’를 통해 국회의원들을 모욕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최효종은 해당 프로그램의 ‘사마귀유치원’ 코너에서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공천 받아 여당 텃밭에서 출마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는 대사로 국회의원을 희화화했다. 그런데 강 의원은 바로 이 대목이 국회의원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고 문제 삼고 나섰던 것이다.
강용석 의원의 다음 타겟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최효종을 고소한 시점은 2011년 11월17일이었다. 강 의원은 이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12월12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김미경 서울대 의학과 교수 부부를 주민등록법 제37조 제3호 위반 혐의(위장전입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형사 고발했다. 그는 고발장을 통해 “안철수 부부는 지난 2011년 9월 5일 주민등록상 주소가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맨션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모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저격수 자처한 강용석
강 의원의 의혹제기는 형사고발이 이뤄지기 전부터 시작된 바 있다. 11월30일 서울대학교가 안철수 원장과 부인 김미경 교수를 정교수로 임용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12월2일에는 김 교수가 카이스트에서 서울대로 이직하면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가 안철수 원장의 저격수로 나선 때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한 즈음이었다.보궐선거를 5일 앞둔 10월21일 강 의원은 안철수연구소가 안 원장에게 2004년 11억 4,614만원, 2005년과 2006년 14억 8,800만원, 2007년 18억 6,000만원,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4억 8,800만원씩 현금으로 배당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안 원장이 안철수연구소 지분 1001만주 중 37.15%(327만주)를 갖고 있으며 이 같은 배당금 규모는 안철수연구소의 총 당기순이익 921억7900만원의 11.3%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청춘콘서트를 통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하는 안 교수가 상근도 하지 않는 회사에서 고액의 배당금을 챙기면서 사회를 위해 얼마나 기부하고 봉사했는지 의문”이라고 안 원장을 비난했다.
강 의원의 공세는 보궐선거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8일 국회 지식경제위는 안철수연구소에 배정된 정부 출연예산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강 의원이 이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예산은 안철수연구소 주축의 콘소시엄인 ‘모바일 악성프로그램 탐지 및 방어 솔루션 개발사업’에 배정된 14억 규모의 정부 출연금이었다.
당시 강 의원은 “안철수연구소의 기술력이 충분치 않고 연도별 예산집행률도 저조하다”며 삭감을 촉구했고, 지경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조치는 다음 날인 9일 번복됐다. 민주당이 안 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면서 예정에도 없던 전체회의가 다시 소집됐었던 것이다.
이를 요구한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마치 특정한 인물을 탄압하는 것처럼 비치는 모습은 국민에게 공정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지경위의 재논의를 통해서라도 예산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지경위 위원장도 “지경위가 특정 회사, 특정인에 대한 예산 삭감으로 비쳐 오해를 사면 안 된다”며 전체회의 재논의를 선언했고, 전날 14억원을 삭감하기로 한 결정을 번복했다. 강 의원으로선 체면을 단단히 구긴 일이었다.
고도로 전략적인 포석
표면적으로 볼 때, 강 의원의 고소고발 행보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기 쉽다. 그렇지만 이런 행보는 치밀한 계산 하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최효종 고소건의 경우, 강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법 적용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최효종을 고소해서 집단모욕죄라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자신의 ‘다줘야’ 발언이 여성 아나운서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면, 최효종의 발언 역시 전체 정치인을 싸잡아 매도한 모욕임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말이다.
강 의원의 안철수 원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강 의원은 지난 해 11월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초-중-고교 교과서 11종에 안 원장이 언급돼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 정치 입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안 교수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결과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교과서에 수록된 안 교수 관련 내용들은 검정위원회의 수시 검정에 의해 잠정적으로 삭제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즉 안 원장이 정치인이고 현재 유력 대권후보 물망에 올라 있어 그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해로 접어들면서 강용석 의원의 행보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안 원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나가고 있음은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으로 사정권을 넓혀나갔다. 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시장과 곽 교육감의 아들들이 병역비리를 저질렀다면서 이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공언했다.
강 의원의 칼끝은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는 1월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BBK 핵심 중의 핵심”이라면서 “내가 사돈에 팔촌까지 다 아는데 한나라당이 이곳(마포을)에 후보를 내면 이민 갈 각오로 BBK 등 모든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셈이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명박, 이상득, 박근혜에 대해서는 코어(핵심)의 코어까지 다 안다. 위키리크스 정도가 아니다”고 큰소리쳤다.
그의 폭탄발언이 한 일간지를 통해 전해지자 파문은 적지 않았다. 이에 부담을 느낀 듯 강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다양한 얘기가 오갔고, 모든 대화는 비공개를 전제로 나눴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오갔던 얘기와 트위터, 해당기자의 희망사항이 섞인 기사가 나갔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어 “BBK와 관련해서는 박근혜나 정봉주나 말한 내용에 큰 차이가 없지 않느냐는 일방적인 얘기만 나눴을 뿐”이라며 “BBK는 아무런 의혹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 2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