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전성시대
2005-11-18 글/김정숙 기자
다기능폰 전성시대, 잦은 고장으로 고객 불만 증가
핸드폰의 변화가 눈부시다. 10년여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의 필수품 핸드폰은 한해마다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제조업체의 경쟁도 치열해 통화품질같은 기본 기능을 제외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튀면서 다양한 기능을 가진 핸드폰을 만드느냐가 화두인 듯 싶다. 최근의 핸드폰 즉, 스마트폰은 음악감상, TV, 라디오, 카메라 등 핸드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블루오션’ 마케팅 열풍을 타고 핸드폰의 다기능화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다기능 휴대폰, ‘U-시대’ 열 것
“다양한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 제공되면 진정한 유비쿼터스 사회가 열릴 것이다”
어윈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지난 봄 서울디지털포럼 개막총회에서 “요즘 휴대폰은 접속성 제공 이상의 기능을 갖고 있다” 며 이같이 말했다. 제이콥스 회장은 “휴대폰은 음성과 데이터는 물론, 인터넷전화(VOIP)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근의 큰 화두는 미디어, 즉 영상과 음성을 휴대폰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이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도 강자로 남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휴대폰은 앞으로도 강력한 기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어떻게 하면 사용을 간편하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적절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단말기는 위치파악기능, 커뮤니케이션 역량(인터넷 접속기능) 등을 갖춰야 하며 메모리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이콥스 회장은 “핸드폰에 기능을 더하기 위해서는 세가지가 충족돼야 한다”며 △밧데리 수명 연장 △채널전화시간 단축 △저렴하고 효유적인 콘텐츠를 과제로 제기했다.
이제는 ‘멀티테스킹’
휴대폰에서 MP3 음악을 듣거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를 시청할 때 문자 메시지가 온다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 휴대폰은 한번에 한 가지 기능 밖에 안됐다. 아무리 다기능 휴대폰이라고 해도 MP3 음악을 듣다가 문자 메시지가 오면 듣던 음악을 잠시 멈춰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문자를 보낼 때도 마찬가지. 하지만 최근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휴대폰이 나오면서 그런 불편함이 사라지게 됐다. MP3 음악을 BGM(Background Music)으로 설정하면 음악을 들으며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메뉴를 설정할 수도 있다. DMB 휴대폰에서는 방송을 보면서 전화를 걸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다. 예전에는 멀티태스킹 기능은 별도의 CPU와 운영체제(OS)가 있고 메모리 용량이 큰 PDA나 스마트폰에서나 가능했다.
하지만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향후 출시되는 휴대폰에 멀티태스킹 기능을 기본 탑재할 계획이다. 앞으로 휴대폰의 성능이 더욱 개선되면 PDA나 스마트폰 수준의 멀티태스킹도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위성 DMB폰은 모두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출시한 SCH-B100, SCH-B130, SCH-B200, SCH-B250 4종의 위성 DMB폰에 모두 멀티태스킹 기능을 적용했다.
이 휴대폰에서는 DMB를 보면서 전화를 걸거나 음성통화를 할 수 있으며 문자메시지 작성과 확인 등도 가능하다. 팬택앤큐리텔이 출시한 위성DMB폰 PT-S130도 역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최근 출시된 대부분의 MP3폰도 멀티태스킹을 지원한다. 음악을 들으며 문자 메시지 메뉴로 이동해 문자를 작성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것. 또한 무선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
LG전자의 경우 '리얼MP3폰(KP4400/LP4400)' 모델과 '업앤다운 슬라이드폰(LP3900)'폰, SK텔레콤용 텔레매틱스폰인 'LG-SV900' 등이 멀티태스킹을 지원한다. 팬택앤큐리텔의 't슬라이드폰'인 PT-S110/PT-K1100 모델과 스카이텔레텍이 최근 내놓은 IM-8500 역시 음악을 들으며 무선인터넷과 문자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KTF테크놀로지는 MP3 음악 파일 및 FM 라디오를 들으며 문자전송, 게임, 텍스트 리더 등 다른 기능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KTF-X9000를 출시했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앞으로 멀티태스킹 기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LG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성능이 개선되면서 멀티태스킹 기능은 이제 기본 기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F테크놀로지 관계자도 "향후 출시하는 거의 대부분 휴대폰에 멀티태스킹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멀티태스킹이 어려웠던 것은 휴대폰에 내장하는 칩 성능의 한계 때문. 하지만 최근 나오는 휴대폰에는 기본적으로 MP3 등 멀티미디어를 처리할 수 있는 칩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적인 처리만으로 멀티태스킹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LG전자의 '리얼MP3폰'과 같이 MP3 전용칩을 내장할 경우에는 멀티태스킹 구현이 더욱 용이하다.
이동통신사의 음악 서비스 자체가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KT용 모델의 경우 주문형음악(MOD) 기능이 구현된 휴대폰은 음악을 들으며 다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는 KTF나 LG텔레콤의 음악 서비스도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 기능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굴러온’ MP3폰 ‘박힌’ MP3 빼내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다기능 중 하나인 MP3 기능으로 인해 ‘MP3’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MP3폰들이 시장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MP3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MP3칩을 실제 내장, MP3못지 않은 고음질을 자랑하는 리얼 MP3폰들이 최근들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바짝 끌기 시작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리얼 MP3폰들이 대거 출시되는 내년경에는 기존 MP3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크게 신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얼 MP3폰은 현재 삼성전자(SCH-S380) 와 LG전자(LG-KP4400, LG-LP4400)가 각각 1개 모델씩 선보인 상태.
삼성전자 경우 6월 출시후 벌써 10만대가 판매됐고, 특히 월 30%이상 판매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LG전자의 제품도 같은 시기에 출시돼 출시초 하루 100~200대 수준의 판매고에서 현재는 10배가량 증가한 일 평균 1,000대 판매량을 넘어설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관심도가 크게 확산되자 업체들마다 앞다퉈 후속 모델 출시을 준비중에 있어, 조만간 MP3폰이 시장에 봇물처럼 쏟아 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휴대폰들이 구색 맞추기로 MP3 기능을 덧붙였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이들 MP3 전용폰들은 무엇보다 MP3에 전화기능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이퀄라이저’ 기능 등을 강화해 일반 휴대폰의 MP3 기능에 견줘 음질면에서 크게 향상됐고, 생김새 역시 MP3에 가깝도록 디자인했다. 기존 휴대폰보다 크기과 무게를 대폭 줄여 목에 걸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졌다. 기능대비 가격도 40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하고, 카메라 등 기존 MP3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첨단 기능들을 대거 채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과 기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로 MP3폰은 기존 MP3의 대항마로의 역할은 사실상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리얼 MP3폰의 등장과 함께 소비자들의 인식도 크게 변화하면서 조만간 휴대폰이 MP3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상 초월, 차세대 단말기
그렇다면 앞으로의 핸드폰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까.
2010년경에 상용화가 예상되는 차세대 이동통신인 4G서비스에 대한 기술 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이러한 서비스를 구현할 차세대 단말기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지상태에서 1Gbps, 이동 시 100Mbps의 속도를 자랑하는 4G 서비스 시대의 단말기는 기존 2G 및 3G 시대의 단말기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많은 일들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4G시대의 단말기가 단순히 멀티미디어를 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노와 BT 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디지털기기의 복합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엔 4G 단말기를 가장 먼저 개발, 국제 표준을 이끌겠다”고 말하며 "나노(초미세)와 생명공학(바이오테크)을 접목한 컨버전스(복합) 단말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선 4G 단말기는 단순한 무선 이동통신 단말기가 아니라 유, 무선을 통합한 단말기가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기존의 무선 이동통신과 무선랜, 와이브로, DMB 등 유, 무선의 모든 서비스망에서 요금과 속도가 자유롭게 조절되는 인공지능형 단말기가 탄생한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 조준일 연구원은 “사용자가 해당되는 모든 네트워크 구간의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는 단말기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해 유, 무선 통합 환경은 물론, 언제 어디서도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단말기가 구현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4G 단말기는 기존의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컴퓨팅 기능이 완벽히 구현되고, 나노와 BT 기술을 응용한 헬스케어 서비스 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의 문자 입력 방식을 넘어서 완벽한 키보드 형태의 문자입력기를 지원하고, 워드프로세서나 엑셀같은 다양한 오피스 프로그램들이 단말기에서도 완벽히 지원되는 형태의 신개념 스마트폰의 모습을 띠게 될 전망이다. 이밖에, 혈압체크 및 각종 질병의 자가진단 기능을 지원하는 헬스케어 기능, 모든 서비스 주파수대를 완벽히 지원하는 멀티밴드, 멀티모드의 기능 등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이동통신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깊은 연관이 있는 휴대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4G 기술표준과 함께 선행되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여러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려다보니 단말기에 내장돼 있는 칩의 크기가 커지고, 무게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으며, 아직 현재의 배터리보다 우수한 성능과 휴대성이 뛰어난 2차전지의 출현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의 배터리 구조와는 차원이 다른 수소전지와 태양열 전지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이에 관련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4G 서비스와 관련한 세계적인 표준안 마련조차 되지 않았고, 선행기술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기에 4G 단말기에 대한 논의 자체가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단말기 업체들은 4G 단말기의 개발보다는 아직 기술표준을 선점하는 데 더욱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고, 상용화가 예정되지도 않은 4G 서비스의 단말기를 예상하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2010년 상용화 시점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계는 현재 기술표준을 선점하고 선도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어 단말기에 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CDMA 등 이른바 2G 시대의 이동통신기술의 탄생보다 4G 시대의 통신기술은 우리의 모든 일상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킬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데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도 이견은 없어 보인다.
기능만큼 고장 잦아 불편 불만도
회사원 김모씨는 지난 10월초 고액을 주고 최신형 휴대전화를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1주일도 되지 않아 버튼이 눌러지지 않고, 통화상대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AS센터를 찾아 4시간을 기다려 수리를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에 일단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같은 장소에서도 수신상태를 나타내는 안테나가 오락가락하고 내장된 카메라로 촬영할 때 화면이 흔들리는 등 잔고장이 멈추지 않아 AS센터를 5차례나 들락거렸다. 김씨는 “차라리 환불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담당자는 “환불은 테스트를 통해 문제가 확인된 때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일 남짓 AS센터를 오가며 수리한 끝에 결국 지난 11일 새 제품으로 교환받았지만 언제 다시 고장이 날지 몰라 마음이 편치 않다.
대학생 장모(23)씨도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 지난 6월 ‘200만 화소 캠코더폰’이라고 떠들썩하게 광고한 제품을 출시되자마자 75만원을 주고 샀다.
그러나 며칠 뒤 갑자기 먹통이 되고, 문자를 보내다 전화가 오면 아예 다운되는 현상이 계속됐다. 20여차례 수리를 반복하고 새 제품으로 교환받은 것만 5차례. 지방에 사는 탓에 수리센터를 오가느라 교통비만 수십만원이 들었다. 더구나 제조사측은 “버그 패치를 하는 과정에서 저장된 데이터가 날아갈 수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 장씨는 “엄연히 제조업체의 잘못인데, 소비자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그런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휴대전화가 날로 ‘진화’해 게임, MP3, TV, 카메라에 신용카드 기능까지 갖추게 됐지만, 고가의 최신 휴대전화일수록 고장이 잦다는 평가다. 휴대전화 단말기의 소프트웨어 버그 때문. 카메라, 게임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추기 위해 기본적으로 단말기에 얹혀야 할 소프트웨어 용량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시스템 장애를 말한다. 갑자기 통화목록이 삭제되고, 폴더를 닫아도 전화가 끊기지 않아 배터리를 분리해야 하는 등 피해 사례도 다양하다.
최근 다양한 기능이 통합되면서 해당 기능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체측의 설명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능이 다양화되면 예측해야 하는 상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버그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지나친 경쟁으로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거치지 않고 서둘러 출시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피해자들이 만든 인터넷카페 ‘소비자의 힘’ 운영자는 “50만원이 넘는 휴대전화를 판매하면서 소비자를 테스트용으로 여기는 셈”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