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_러시아 사할린 프로젝트]미리 가보는 천연자원의 보고(寶庫), 사할린

러시아 사할린 제대로 알기 프로젝트 1탄

2017-05-08     김옥경 부장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 탄광촌과 벌목장 등으로 강제 징용된 한인 동포와 그 후손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전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달 2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부산 중구 중앙동 40계단문화관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얼어붙은 사할린 동포들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이 사진전은 강제 징용 2세로 러시아 사할린의 유일한 한글 신문사인 <새고려신문>에서 27년 동안 사진기자로 활동한 이예식(68) 씨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사할린 동포 1세들의 한국 영주 귀국 장면을 생생하게 옮긴 이 전시를 통해 그동안 잊혀져 있었던 사할린과 그곳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에 대한 관심이 재고되고 있다.
 
면적 7만8000㎦, 남북 길이 948㎞,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 북쪽에 위치하는 러시아 땅 ‘사할린’,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을 아는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여름에는 약간 습하지만 겨울에는 북쪽 연안이 얼어붙어 대륙과 빙상교통이 가능한 이 동토(凍土)의 섬에 한인 동포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알까. 이들 4만3000 명이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용으로 이곳으로 끌려온 1세와 그 후손들이라는 사실과 이들 중 많은 가족들이 다시 가장이 징용으로 차출되는 이중징용의 가슴 아픈 역사를 겪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또 얼마나 될까. 코르사코프 항구 망향의 언덕에서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갈 배를 기다리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간 이들은 또 얼마나 되는지 누가 알고 있을까. 이 모든 역사가 단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현장이 바로 러시아 사할린이다. 이들 중 7천 명은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으나 무국적자이거나 북한 국적이라 올 수가 없다. 어떤 이는 혹시라도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면 고국에 돌아가지 못할까봐 모진 핍박과 설움에도 무국적자로 남았고, 또 어떤 이는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기가 수월할까봐 북한 국적을 취득한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결국 70년간 외면당했던 고국으로부터 또다시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 유즈노사할린스크 제1공동묘지에 매장된 한인들 묘.
이들이 일제강점기 당시 이곳으로 강제징용 되어 끌려온 것은 일제의 전쟁에 소용될 석탄과 벌목을 위해서였다. 당시 탄광촌과 벌목장으로 끌려온 한인들은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노역에 시달렸다. 그만큼 러시아 사할린은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석탄은 물론 석유와 천연가스, 금속, 수산물, 임산물 등 천연자원이 지천이다. 최근에는 근해 가스전까지 개발되어 더욱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섬의 60%가 숲이기 때문에 목재 가공과 펄프 제조가 주요공업이며, 수산업도 활발하다. 석유와 석탄도 러시아연방 극동의 주요 산업을 이루며, 북부의 오하 유전으로부터 콤소몰리스크·하바롭스크에 송유된다. 농산물은 자급자족을 할 수 없으나 감자밭과 목초지가 많다. 생필품도 대부분 러시아 본토에서 수입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이 비싼 편이다. 축산으로는 순록·젖소·여우 등이 사육된다.
 
7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러시아 사할린의 지하자원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록 지금은 과거와 같이 강제징용 같은 슬픈 역사는 없지만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에 잠식당하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러시아 사할린 천연가스 개발을 두고 굴지의 석유회사들이 앞다투어 개발에 나서는 가운데 현재 러시아 국영 기업인 가즈프롬을 중심으로 ‘사할린2’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주로 일본에 수출할 천연가스를 생산하게 될 이번 사업은 동북아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10~15년 새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로 꼽히는 ‘사할린2’의 LNG사업은 가즈프롬과 유럽 최대 석유기업인 로열 더치 쉘, 일본의 미쯔이물산, 미쯔비시상사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향후 러-일 협력의 중심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사할린1’에는 미국 기업 엑슨모빌과 러시아 국영 석유최대기업인 로스네프테, 일본의 민관출자인 사할린석유가스개발 등이 참여했다. 이처럼 현재 사할린은 침체된 러시아의 경제를 견인하는 견인차이자 극동지역 개발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 사할린 근해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하기 위해 설치된 해양 플랫폼. '필툰B(Piltun-B)'로 불리는 이 플랫폼은 삼성중공업의 역작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