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반격, ‘잃어버린 5년’을 되찾아 올 수 있나

DJ계, 친노계, 시민사회, 노동계 아우른 메머드급 중통합

2012-02-09     정대근 기자

우리 현대사의 8할은 정치였다. 그러나 단지 정치인에 의한 일련의 행위로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 전쟁 후 폐허로 허물어진 강토 위에 다시 반석을 세우고,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얻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일컫는 것이다. 한때 우리는 각자의 정치행위를 통제받고,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었다. 수차례의 민주화 항쟁 이후 우리는 당당히 선택권을 되찾았고, 다름 아닌 우리 생활과 미래를 위한 정치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가 옳은 선택만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대세론에 현혹돼 자신의 판단을 의심할 때도 있었고, 잘 먹고 잘 사는 가장 본능적인 욕구해소를 위해 옳지 않은 정치행위를 한 적도 있었으며, 때론 이 모든 정치행위 자체를 귀찮아하며, 스스로에게 주어진 정치행위의 선택권을 내던진 적도 있었다. 지난 우리의 현대사가 급작스럽게 발전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우리의 역사와 정치가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와 정치를 두고 종종 수레바퀴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것은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연속성 때문이다. 돌멩이가 무성한 비포장 길이든 반듯한 아스팔트였든 역사와 정치는 일정기간을 두고 반복적인 패턴을 보여 왔다. 단지 다른 점은 그 수레바퀴가 회전수를 더해갈수록 바퀴의 표면이 더욱은 단단해졌다는 것이다.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호에서 우리가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신임 대표를 커버인물로 선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1월15일 전당대회에서 출범한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체제는 새롭게 등장한 바퀴가 아니다. 불과 15년 전에 존재했던 국민의 정부와 뒤이어 등장했던 참여정부가 민심의 지면에 닿았던 그 지점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도 똑같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한명숙 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의 지도부가 당시에는 집권여당이었지만, 지금은 집권을 노리는 소수야당이 되었다는 것뿐이다.

당시에는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고 당 쇄신과 인적쇄신을 했던 진영이 오늘날의 민주통합당이었다면, 지금은 그 자리에 한나라당이 있다. 그리고 권력을 빼앗아 오려고 정권 심판론을 부르짖으며 투사적 면모로 변신한 진영이 당시에는 한나라당이었지만 지금은 민주통합당이 되었다. 수레바퀴가 닿는 민심의 표면은 크게 달라져 있지만, 그 형태와 지점만은 소름끼치도록 닮아있다.
역사와 정치의 전진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양진영이 외치는 구호들과 내놓는 정책들을 반드시 챙겨보아야 할 것이다. 행여 외치는 당사자만 바뀌었을 뿐 구호의 내용이 똑같지는 않은지, 5년 전이나 10년 전에 봤던 정책이 진영만 바꿔 다시 등장하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소중하게 굴려가는 수레바퀴가 공허한 헛바퀴로 돌게 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정치행위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체제 출범

전당대회는 성황리에 개최됐다. 약 1시간가량 식전행사로 행사장 분위기를 달군 후 원혜영, 이용선 공동대표의 인사말로 본행사가 시작됐다. 그 후 9명의 후보자들이 각각 10분씩 정견발표 시간을 가졌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도로 대의원 투표 및 개표가 진행됐다.
이와 함께 앞서 6일 동안 실시한 모바일 투표결과와 전날 전국 251개 지역에서 실시한 시민 및 당원 현장투표 결과를 합산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신임 당 대표에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여성부 장관, 환경부 장관, 국무총리 등을 거친 기호 1번 한명숙 후보가 당선됐다. 최고위원으로는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후보가 선출됐다. 시민사회 출신인 이학영, 박영진 후보와 이강래 후보는 탈락했다.

최종 득표율은 당대표로 선출된 한명숙 대표 24.5%로 1위를 차지했고, 2위 문성근 최고위원(16,68%), 3위 박영선 최고위원(15.74%), 4위 박지원 최고위원(11,97%), 5위 이인영 최고위원(9,99%), 6위 김부겸 최고위원(8,09%) 뒤를 이었다. 순위권에 들지 못한 이학영 후보는 7%로 7위를 기록했고, 이강래 후보(3,73%), 박용진 후보(2,76%)가 뒤를 이었다.
이날 선거는 지역현장 투표율 16만 327명 가운데 투표자 3만 4,812명이 투표에 참여해 20.8%의 투표율을 나타냈으며 모바일 투표는 선거인 수 총 56만 6,506명 가운데 47만 8,385명을 기록해 84.4%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또한 대의원 투표는 선거인수 2만 1,124명 중 1만 2,759명이 참여해 60.4%로 집계됐다.
한명숙 대표는 수락연락을 통해 “정당 사상 유례 없는 역사적인 시민참여 경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민주통합당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다고 선언했다. 이어 한 대표는 “올해는 구시대와 새 시대를 가르는 역사의 분기점이 될 것이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과거에 묻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에서는 정권심판론을 강조하며 여권에 대한 강경노선을 천명했다. 회의 모두발언에서 “새 지도부는 정권을 심판하고 바꿔달라는 요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과 개인이 힘을 모을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성근 최고위원은 한미FTA 발효중단과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대통령 측근비리 등 권력형 비리의혹에 대한 특검 등을 요구해 한 대표의 의지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는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 정부와 여당을 향해 강력한 공세를 펼침으로써 향후 총선과 대선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대 핵심공약 발표, 선거모드로 전환

지난 1월27일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 보편적복지, 부자증세’를 4월 총선의 3대 핵심공약으로 제시하며 총선행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체제를 전환하고 각종 친서민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한나라당에게 한 발 뒤늦은 정책들이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비대원장이 이끄는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총선승리를 위한 아젠다 선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선 가장 전면에 배치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재벌계열사 공공계약 입찰 제한, 재벌계열사간 순환출자 금지, 재벌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규제 강화, 일감 몰아주기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대형유통업체 영업제한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입법화, 납품단가 현실화 등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에도 역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 친노동자 중신의 노동시장 재편 정책도 포함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 공약은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및 반값등록금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3+1 정책’에 주거복지와 일자리복지를 추가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도 추가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자증세를 핵심으로 하는 조세개혁은 한나라당이 준비하고 있는 ‘좌클릭정책’과 차별성을 가지게 하는 역점공약 중 하나라고 자신했다. 1% 부자증세를 단행함으로써 99%의 세금을 늘리지 않고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게 이 공약의 골자다. 현실적으로는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등 세제 전반에 걸쳐 한국형 버핏세를 도입하고, 비과세 감면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1월29일부터 매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정책공약 시리즈를 발표할 계획이다.

공천심사위원회 조기 구성 방침 확정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총선 공심위 구성을 2월 초순으로 미룬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공심위 조기 구성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지난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입성에 실패한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과 참여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전 장관을 공천심사위원장 후보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공심위의 수장은 외부 인사가 아닌 당내 또는 당과 인연이 깊은 인사를 선임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심위원장 확정은 1월말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이 전 총장은 자신이 위원장을 맡을 경우 4월 총선에 불출마하고 비례대표직도 포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순창 출신인 이 전 총장은 민주통합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과 당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사회단체들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에 쌓은 높은 인지도와 특유의 무난한 리더십을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천결과를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공천을 지휘한 수장의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는 점에서 강 전 장관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야당들과 함께해온 인물이기 때문에 당 안팎의 거부감도 덜한 편이다.

한편 한나라당 역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심위 인선을 놓고 마지막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1월26일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의 공심위원을 맡겠다는 분은 굉장히 많다”며 “최선의 공심위원을 선정하려는 것이지 인물이 없어 늦어지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