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가 아닌 뿌리에 물을 주듯 내면을 향한 교육
“학교폭력 해소를 위한 교육혁명은 바른 언어에서 출발한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인 이유
일단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이에 대한 인식과 해결방안 모색이 시작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교육당국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는 대책도 그 일환이고, 교육계 내부에서의 움직임도 예전 같지 않게 적극적이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학생 간의 물리적 폭력문제로 간주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려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근자에 와서 학교폭력이라는 현상으로 드러났을 뿐 그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는 의미다.
“폭력은 가장 동물적이며, 또한 본능적인 행위입니다. 교육이라는 울타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어린 학생들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학교와 교사가 중요하고, 교육을 백년지대계로 꼽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광양제철초등학교(www.gwangcheol.es.kr/이하 광양제철초) 고문언 교장은 차분하면서도 비장한 목소리로 오늘날의 세태를 꼼꼼하게 지적하기 시작했다. 고 교장의 진단은 학교폭력이라는 교육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가해자가 아닌 또 다른 피해자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폭력의 가해자를 처벌이라는 또 다른 폭력으로 통제하는 것도 순리에 맞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식을 배우기 전에 먼저 세상을 배워야 합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사람’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지요. 수치로 측정할 수 없어 실적을 거론할 수 없지만, 우리 교육이 가장 신경 써야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바른 말에서 출발하는 행복한 학교공동체
광양제철초 고문언 교장의 해답은 명쾌했다. 모든 문제는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며, 그 사람마다 마음이 있으며, 마음은 언어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즉, 말을 바르게 하는 방법을 배우면 마음에 바른 것들이 쌓이게 되고, 그것이 보다 밝고 아름다운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얼마 전 교과부와 한국교총 그리고 충북교육청이 공동으로 공모한 ‘언어문화 개선 우수선도학교’ 선정에 그토록 매달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고 교장과 교사들의 이렇듯 남다른 열정과 안목 덕분에 전국 259개교가 응모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정된 초등 7개교에 포함됐다. 광양제철초가 소재하고 있는 전남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고, 운영결과 우수학교 표창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교육자는 내면과 외면으로부터 진, 선, 미의 사표(師表)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 교육자는 교사입니다. 학생은 교사의 강의나 교과서보다는 교사의 행동, 학교의 분위기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에게 있어 움직이는 교과서입니다.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교사가 어떤 사고와 태도로서 학생들 앞에 서느냐에 따라 학생들에 대한 가치교육의 성패가 좌우됩니다.”
고 교장의 말을 요약하자면 아이들의 진정한 삶을 원한다면 물을 잎사귀에만 주지 않고 뿌리에 주듯이 아이들의 내면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사를 마감하는 동안 고 교장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원고의 단어들을 두 번 세 번 고르고 또 골랐던 것도 그 목소리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