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의 위기에서 이제는 도심에서 유학 오는 학교죠”

공교육 성공 모델로 우뚝, 해마다 경쟁률 치솟아 2012년 12:1 기록

2012-02-06     취재_공동취재단

“모두가 글로벌 시대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정책은 과거와 현재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는 군산 회현중학교 이항근 교장. 그는 암기력을 테스트해서 성적으로 줄 세우는 평가와 입시 정책이 그 증거라고 꼬집는다. 이에 이 교장은 교육이 미래를 향해 과감히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관리형 학교시스템에서 벗어나 함께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고 그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학교교육 현장. 이것이 바로 글로벌 시대가 지향하는 교육일 것이다.

군산시는 일제 강점기에 수탈을 위한 비주체적 번영을 이룬 곳이며 현재는 주체적 변화와 발전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개항 이후 수탈의 현장이 보전 및 복구되고 있어 민족 주체성 교육의 훌륭한 현장이 될 수 있고, 농수산업의 먹거리 생산과 항만을 통한 해외 물류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미래가치가 충분한 도시다.
이러한 군산시에 자리 잡고 있는 회현중학교는 1971년 12학급 인가로 개교해 전교생이 800여 명에 이르는 학교로 성장했다. 그러나 80년대 도시화, 산업화 이후 농촌인구 격감으로 2008년에는 4학급 91명, 2009년에는 3학급 73명으로 재학생이 격감되었다. 농촌 학령인구 감소로 지속적인 감소가 예측되고 그로 인한 폐교가 우려되자 동창회, 지역사회, 학부모, 교직원이 힘을 보아 학교 살리기 운동을 전개했으며, 그 일환으로 교장공모제를 도입했다. 그리하여 2008년 9월, 지금의 이항근 교장이 부임하게 된 것이다.

날마다 성장하는 공교육의 모델학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 했던가.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에게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몇 번이고 이사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것이 비단 과거의 일일뿐이며, 과연 맹자 어머니만의 이야기일까.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시대는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태어나고 자란 지역을 이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방 소재 학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교장은 ‘맹목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타 지역으로 진학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는지, 내 자녀에게 반드시 필요한 학교여서 타 지역의 학교로 보내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군산의 교육환경이 타 지역에 견주어 절대 부족하지 않다. 교육청의 노력이나 시청의 협조 체제도 우수한 편이다. 지역 학교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갖는 학부모들이 많아지면 어느 도시보다도 우수한 교육도시가 될 수 있다”는 이 교장은 이러한 생각을 시민 모두가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교장은 위기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 ‘도심에서 유학 오는 학교 만들기’를 목표로 세웠다. 이에 교직원이 일치단결하고, 교장공모제 등 자율학교의 장점을 살려 학년 당 2학급 60명 모집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후 군산시 및 타 시·군, 타 시·도에서 신입생이 쇄도해 2010년에는 신입생 경쟁률이 3:1을 기록했다. 경쟁률은 해마다 치솟아 2011년에는 10:1, 2012년에는 14: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회현중이 공교육의 모델학교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폐교 위기에서 모두가 오고 싶어 하는 학교로 성장한 회현중. 이를 기반으로 회현중은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창의경영 우수학교’,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 참가학교 2년 연속 지정’, ‘전라북도 혁신학교 지정’ 등 전국 90여 개 학교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탐방하는 학교로 성장했다. 이렇게 회현중은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학교, 교직원의 자긍심이 큰 학교로 공교육에 대한 믿음과 가능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학교와 교육을 변화시키려는 의지

이 교장은 군산시의 교육력이 타 지역과 비교했을 때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몇 번이고 힘주어 말했다. 교육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이는 군산시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군산시는 오히려 교육 인프라나 행·재정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하지만 관념적으로 형성된 신뢰도의 문제가 학교와 교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고 토로한 그는 회현중의 노력과 성과가 그리 특별하지는 않지만 학교와 교육이 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명제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려는 교직원들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어느 학교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학과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성장이다. 미래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역량인 자기주도성,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전문성, 공동체적 인성을 성장을 요체라 여기는데 이것들을 담기에는 학교 교육과정과 평가 시스템이 편협적이다. ‘한 줄 세워 혼자가기’가 아닌 ‘여러 줄 세워 함께 가기’를 위한 교육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박하다.”

이에 이 교장은 평소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길 권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성장을 위한 배움을 찾아 나서도록 하는 것, 교사들이 학생을 내 자녀라 여기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자기를 헌신하도록 하는 힘,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의 들러리가 아닌 주체로 나서는 일. 이 모든 것에는 자발성이 존재해야 현실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이 교장은 학교와 교육발전을 위한 창의성도 참여와 소통의 문화를 전제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군산지역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한민국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시하는 이 교장. 그렇다면 그가 교육의 지표로 삼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놀랍게도 그의 멘토는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을 위해 학교와 교육이 존재한다는 대의를 논외로 하더라도 매일 일어나는 교육활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 향후 기획하는 교육활동에 대한 영감을 주는 것은 위대한 교육 선각자도, 교육학 서적도, 지침서도 아니다. 아이들의 표정과 언어, 그들이 드러내놓는 의견에 늘 답이 있었다”는 이 교장은 자신의 창의성을 키워주고 뇌 구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에너지의 원천이 바로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앞으로도 그는 학생들을 지표로 삼아 회현중의 미래를 그려나갈 생각이다.
날마다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고 있는 회현중. 그 안에서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과 교사, 그들의 꿈을 지지하는 군산시와 군산시민들이 있는 한 회현중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