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추락사 미스테리 ‘자살사 VS 사고사’
새마을호 1115호 열차 안에서는 무슨 일이?!
지난 추석 연휴 첫 날, 20세의 남자 대학생이 새마을호 열차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9월10일 오후 5시께 A군은 용산역에서 출발한 광주행 새마을호 열차 1115호를 타고 가는 도중 달리던 열차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사고는 열차가 시속 120㎞로 달리며 오산역을 무정차로 통과한 직후에 일어났으며 선로에 떨어져 있던 A군은 다른 열차 승무원이 발견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오산역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곳이라고 알려졌다.
귀성길에 올랐던 20세 대학생의 열차 추락사의 원인을 둘러싸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코레일 측은 A군이 열차 문을 열고 자살을 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으나, 유족들은 열차정비 불량으로 문이 열려 떨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코레일측과 유족측의 대립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3일 경기 화성동부경찰서에 따르면 “A군이 학교수업을 마치고 천안의 자택으로 돌아가고 있던 중”이었으며 “사고 직후 A군이 떨어진 열차 문은 열려있었고 문의 강제개폐장치는 깨져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A군은 기차표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표하는 승무원으로부터 “표값을 내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 카페테리아 칸에 가 있으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경찰조사 결과 A군은 6~7번 칸을 연결하는 연결부위 통로에 앉아 있다가 검표하는 승무원에게 적발됐던 것으로 들어났고 이후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검표 승무원과 사고 목격자를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파손된 비상도어핸들 아크릴 덮개 조각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지문 및 유전자 감식을 의뢰해 둔 상태다.
경찰, 코레일측 아크릴판 파손 자살가능성
경찰, 코레일측 아크릴판 파손 자살가능성코레일의 관계자는 “경찰이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어서 단정적으로 말하긴 곤란하지만, 열차에 자동문에 설치된 이후 달리는 열차에서 승객이 떨어지는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며 “수원에서도 정차했던 열차여서 문을 열고 달렸을 확률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A군이 추락사한 2호차 문의 강제개폐 장치 아크릴판이 깨져 있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수동 개폐장치의 아크릴판이 깨진 점은 A군이 자살을 했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A군이 용산역에서 혼자 탑승하는 CCTV 화면을 확보했으며, 그가 무임승차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 중이다. 또한 기계결함 등에 의한 사고사, 실족사, 승무원의 업무상과실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조사에 착수하고 있다.
코레일, 사건은폐위해 자살로 몰아
한 언론사는 경찰이 이번사건에 대해 수사하던 중 “해당 열차가 사고 당일 오후 9시쯤 광주차량관리사업소에서 깨진 파편을 뜯어내고 새 아크릴판으로 교체한 뒤 운행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하며, “(코레일 측이 운행을 위해) 깨진 파편은 현장에서 버렸다”고 전했다.
또한 A군의 친구들도 “12일 사고 열차에 올라 수리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들이 촬영한 영상에서는 강제개폐 장치 아크릴판이 교체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미쳐 마르지 않아 완벽히 굳지 않은 실리콘의 형태가 담겨있었다.
한편 경찰은 서둘러 철도청 차량처에 연락해 파편 조각을 수거해 달라고 했으며 이를 확보했다. 그들은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만져 조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같은 보도 이후 사고사에 대해 무게가 쏠리기 시작했다. 또한 코레일 측이 추락사고를 자살로 몰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의혹도 트위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소셜네트워크인 트위터에선는 “천안행 1115호차 새마을호가 오산역을 지나면서 170㎝의 남자 대학생 한 명이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목격하신 분은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트윗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정확한 진실이 밝혀지도록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니 개인적인 추측이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자제를 바란다”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코레일 측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에 대한 많은 추측성 글들이 쇄도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사고원인도 문제지만 결과도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난 차량을 곧바로 수리해 놓고 자살이라고 단정하는 코레일측, 뭔가 수상하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다른 트위터리안은 “도어 잠금장치 문제로 사망사고가 난 차량을 기차역(광주)에서 곧바로 수리해서 운행했다는데 그럴 수 있냐.
사고 조사를 위해 사고열차를 보존해야 하지 않나”라는 문제점을 던지기도 했으며, “코레일 측이 증거인멸 시비를 어쩌려고 그렇게 했는지 답변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족들, 사고사 가능성제기
지난 12일 용산역에서는 A군의 학교 친구와 교수가 유인물을 배포하며 목격자 찾기에 나섰다. 이들은 A군의 사망원인이 사고로 인한 추락사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A군의 사고사를 주장하기 위해 코레일 측의 열차관리 소홀에 중점을 두고 증거 찾기에 나섰다.
A군의 학교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추석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학생들이 새마을호로 올라오면서 강제개폐 장치를 촬영해 왔다”고 전하며, “12일 오후 1시 19분 수원에서 출발한 새마을호 1156호의 경우 총 8량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강제개폐 장치 3개의 아크릴판이 깨져 있는 상태였다”며 촬영한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을 연 A군의 친구는 “추석 연휴 전에 고향인 천안에 간다고 인사까지 했다. 성격도 밝은 친구인데 스스로 뛰어내렸을 리 없다”며 A군이 자살을 했을 리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A군의 유족들도 “2주 뒤에 있을 학교행사(합창발표회) 준비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고 사고 전날은 물론이고 열차 타기 직전에도 통화를 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자살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A군이 표값 4,300원을 아끼려고 열차에서 뛰어내린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 또한 유가족이 사고사라고 주장하는 이유. 특히 A군은 ‘4시 5분 열차를 탔다’라는 문자를 열차를 타기 전 아버지에게 보냈고, 가방에는 친척 동생들을 주려던 선물도 들어있었다고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출입문의 오작동 여부나 기계결함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다. 숨진 A군의 아버지는 “사고에 따른 추락한 원인이 있을 텐데 그 원인을 밝히려고 하지 않으면서 왜 그렇게 아이가 스스로 떨어졌다고 몰아가는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A군의 부검을 의뢰했으며 이런 의혹은 경찰의 부검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부검 결과 A군의 하반신이 너무 멀쩡했던 것. A군의 아버지는 “스스로 뛰어내렸다면 하반신이 크게 훼손돼 있어야 하는데, 아들의 시신은 상반신만 훼손된 상태”라며 “이건 사고로 떨어졌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A군의 학교교수 또한 “시신을 보니 머리만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면서 “만약 아크릴판을 손으로 깼다면 상처가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해 사고사로 무게를 두어 조사해 줄 것을 촉구했다.
“넋이나마 위로 하겠다”
9월14일 오후 3시쯤 용산역에 검은 상복차림의 사람들 40여 명이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지난 10일 새마을호에서 추락한 A군의 학교 교수와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4시 5분 천안행 열차에 탑승했다. 갑작스러운 A군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의 지인들은 그가 탔던 열차를 타서 A군의 넋이나마 위로하겠다는 취지로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한 친구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친구들에게 기쁨을 주던 친구”였다며 그의 죽음의 의문에 애통함을 드러냈다. A군의 교수도 “지난 여름방학에 필리핀과 국내 봉사를 3주간 다녀올 정도로 열성적이던 학생”이었다며 “그랬던 학생이 자살을 했을 리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A군이 탔다던 열차 칸에서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풀기 위해 정차역마다 시간과 속도를 재기도 했으며, 어떤 학생은 A군을 위해 기도를 했고, 다른 학생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후 오후 5시 천안역에 도착한 이들은 하늘공원 장래식장에서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입관 예배를 진행했다.
현재 경찰은 사고 당일 탑승한 새마을호 1115호 열차의 비상개폐장치 작동과 객차 출입문 개폐 여부, 안전상 문제점 등에 대한 1차 감식조사를 벌였으며, A군의 사망경위에 대한 의혹해소 차원에서 유족이 참관한 가운데 코레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열차의 기계적 결함 유무를 확인하는 합동감식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