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유혹, 대한민국을 ‘커피공화국’으로 이끌다

산업으로 출발한 커피,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2012-01-27     유성경 기자

 고소하고 달콤하며 쌉싸래한 맛을 내는 커피는 여러 가지 향을 가지고 있어 인생의 향기와 같다. 햇살 가득한 카페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마시는 커피에는 추억이란 향기가 깊이 배어 있고, 폭신폭신한 흰 눈을 밟으며 연인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마시는 커피에는 사랑이라는 향기가 배어 있으며,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한 찻집에서 혼자 마시는 커피에는 여유라는 향기가 배어 있다. 특히 이 안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행복이란 향기는 그 어느 것 보다 진하게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소설가 리처드 브로티칸은 ‘때때로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가져다주는 따스함에 관한 문제’라는 말을 했다. 이렇듯 우리 삶에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향기 그 자체이며, 어쩌면 인생의 한 자락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거리마다 골목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커피전문점이다. 또한 커피를 들고 거리를 걸어 다니고, 커피전문점에 앉아서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는 것은 뉴요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흔히 말하는 메인상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커피전문점들이 아파트단지 앞은 물론 이면도로에서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이 생겨난 커피전문점 안에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예쁜 여자와 담배피고 차 마실 때, 메뉴판이 복잡해서 못 고를 때, 사글세 내고 돈 없을 때 밥 대신에 자장면 먹고 후식으로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아메리카노 깊어 깊어 깊어, 어떻게 하노, 시럽 시럽 시럽 빼고 주세요, 빼고 주세요> 가수 10CM의 노래 ‘아메리카노’의 가사이다.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커피 열풍에 따라 이 노래도 큰 열풍을 몰고 왔다. 이 노래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는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노래 가사처럼 후식으로까지 커피를 마실 만큼 커피산업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현재 많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생겼으며,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다.

그윽한 향과 풍부한 맛에 매료되다

그윽한 향과 풍부한 맛에 매료되다커피가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 된 것은 1890년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인 문헌의 기록으로 보면 고종황제가 1896년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 때 러시아 공사인 베베르가 커피를 소개하면 커피를 마셨다고 전해진다. 커피는 왕실에서도 고급관료들이나 양반에게만 전해지는 음료였으며 서민들은 구경하기도 어려운 음료였다. 독일계 러시아 여성인 손탁이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은 건물을 현대식 건물로 다시 지은 손탁 호텔 1층에 위치했던 ‘정동구락부’가 우리나라의 최초의 커피숍이었다.

6.25전쟁 때 주한미군을 통해 인스턴트커피가 들어왔고, 미주산업의 MJC원두커피와 동서식품의 맥스웰 배전두커피가 본격적으로 재조됨에 따라 본격적인 커피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1987년 커피 수입자율화가 발표되면서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원두커피가 수입되기 시작했다.
1988년 유명 백화점에서 원두커피 판매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커피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97년 IMF 위기를 맞으며 환율이 상승했다. 그에 따라 원두커피 수입이 어려워지게 되었고, 생두를 수입하여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 회사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1999년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오픈을 하게 되었고, 좋은 품질의 에스프레소커피와 테이크아웃, 셀프서비스라는 새로운 커피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아라비아에 전해졌고 아라비아인은 오랫동안 커피산업을 독점하고 있었다. 지금도 아라비아커피는 그 명성이 자자하다. 커피는 처음에 커피콩을 건조시켜 부수어 달여 약으로 쓰였다.
하지만 13세기경 이후로는 콩을 볶아 그 것을 가루로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의 주 원료인 생두는 카페인, 탄닌, 단백질, 지질, 당질 등의 성분을 가지고 있다. 이 생두를 볶으면 그 향미의 성분이 670여 종으로 늘어난다. 카페인의 g당 함유량은 녹차나 홍차보다 낮지만 카페인이라는 성분 때문에 습관성이 생긴다.
커피는 아라비아어 gahweh로부터 터키어인 kahveh로 옮겨져 지금의 커피가 된 것이며, 현재 커피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 지금은 가장 대중적인 기호음료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커피산업
우리나라의 커피 산업은 커피처럼 뜨겁게, 그리고 무섭게 성장했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료품 가운데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이 커피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라면이 달리고 있던 성적을 뒤집은 결과이며, 음료나 과자시장을 맞먹는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커피시장의 규모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커피시장의 규모가 3조 원이 넘는다고 말한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커피시장이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시장인 셈인데, 여기서 머물지 않고 앞으로도 해마다 10~20%씩 더욱 성장한다고 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 커피산업의 한 획을 그은 주인공은 1999년 처음 들어온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의 등장은 고급 에스프레소 커피의 일반화는 물론 테이크아웃문화를 전파시켰다. 그 시기의 커피 전문점은 스타벅스가 독점하고 있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벅스가 놀라운 선전을 보이면서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업체가 많았다. 하지만 2003년 경기 불황을 겪으면서 잇따라 매각되었다.
스타벅스는 꿋꿋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었던 커피전문점이 휴식공간, 문화공간이라는 움직임이 활발해 지면서 중대형 커피전문 매장은 꾸준히 각광을 받았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는 대형브랜드라는 이미지와 충성고객들을 확보하면서 독립상관으로의 영역을 넓혀갔다.

2004년 서울 이태원에 스타벅스 100호점이 문을 열었다. 이대에 1호점이 들어선지 꼭 5년 만이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꾸준한 상승세로 잠시 주춤하던 커피산업이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2006년 다시 중소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대거 등장하게 된 것이다.
신세계만 스타벅스와 함께 커피산업에 뛰어 들었지만 그 상승세를 본 다른 대기업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신규 진입하는 업체들의 수가 크게 증가 한 것이다. 대기업의 이런 진출은 우리나라 커피산업의 큰 축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커피 전문점은 2011년 7월 현재 상위 8개 브랜드만 해도 2,300 개가 넘는다고 집계되고 있다. 이 수치는 가맹점 갯수만을 합산 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점포까지 합산하면 그 수도 만만치 않다.
캔 커피와 냉장커피 등 휴대용 커피음료시장의 규모도 연간 6,000억 원대로 커졌으며, 최근에는 대형 음료업체는 물론 커피전문점과 유통업체가 함께 커피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원두커피보다 인스턴트봉지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우리나라에선 120원짜리 봉지커피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커피믹스의 부동의 1위는 동서식품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남양유업과 롯데칠성도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커피 소비가 급격이 증가했다고 이야기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커피열풍은 이제 시작단계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2010년 기준으로 국내 커피 시장 규모를 2조 8,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인스턴트봉지커피가 1조 2,000억 원, 커피 전문점을 포함한 원두커피 시장은 9,000억 원, 캔 커피나 냉장커피 시장은 6,800억 원 규모라고 한다. 한 관계자는 “1인당 커피소비량도 1975년 0.1kg에서 2007년 1.8kg으로 18배 증가하는 등 현재 커피 시장은 매년 20% 정도씩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놀라운 규모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주목 할 만 한 사실은 2010년 인스턴트봉지커피 시장이 전년 대비 10% 정도 성장한 반면 커피전문점을 포함한 원두커피 시장은 6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성장세는 향후의 커피시장은 봉지커피가 아닌 원두커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져온다.

날로 늘어가는 커피전문점
올해 연초 커피업계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랜시간 부동의 1위를 10년이상 지키던 ‘스타벅스’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보인 카페베네에게 밀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63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카페베네’를 비롯해 5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이디야’, 45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엔젤리너스’에게 줄줄이 자리를 내어주며 350여개의 매장으로 4위의 기록을 차지했다. 5위는 35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할리스’, 6위는 250여 개의 매장을 운영중인 ‘탐앤탐스’가 차지했다. 커피빈과 파스쿠찌, 투썸플레이스도 그 뒤를 이었다. 물론 단편적인 가맹점수의 비교이긴 하지만, 브랜드의 노출빈도가 소비자의 소비와도 직결된다는 특성상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해외브랜드인 스타벅스와 커피빈의 독점적인 점유율을 국내브랜드인 ‘카페베네’가 뒤집었다는 것은 분명히 놀라운 결과였다.

특히 매장 수 상위 5개 브랜드 중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시작된 카페 브랜드라는 점은 앞으로의 커피산업에 큰 영향력을 줄 것이라 전망된다. 이같이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은 현재 외국계와 국내 토종 브랜드간의 각축장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최근 몇 년 전부터 많은 대기업들이 진입하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로이 시장에 뛰어드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정수기 업체인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11월 커피전문점 ‘로즈버드’의 경영권을 따내고 현재 업계의 1위인 카페베네와 부동의 브랜드파워를 보여주는 스타벅스와의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청호나이스는 커피머신 사업에 뛰어들었고, 대상도 신제품 ‘바리스타도 몰랐던 커피의 황금비율’을 내놓고 유통망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웅진식품도 원두 중심의 고급 커피 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새로운 커피 브랜드 ‘바바커피’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웅진은 원두커피 뿐 아니라 커피머신 사업도 전개할 예정이다. ‘한 손엔 도너츠, 한 손엔 커피를 든 뉴요커’를 생각하면 던킨도너츠를 제일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런 던킨도너츠에서도 놀랄 만큼의 커피매출 급상승을 보였으며, 맥도널드와 케이에프씨를 비롯한 패스트푸드 시장도 커피시장에 도전했다.

앞으로의 커피 시장 얼마나 커질까
현 시점에서 돌아본 우리나라의 커피업계의 성장은 ‘포화상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놀라웠다. 브랜드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새로운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났으며, 브랜드 매출 및 매장 수 또한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진 것이 이유였다. 2010년은 특히 국내브랜드와 해외브랜드 간의 자리싸움이 치열한 한해였다. 2010년의 결과로만 보자면 국내브랜드의 승리라고 볼만큼 국내브랜드의 성장속도도 활발했다. 국내브랜드들이 매장 수 확장에 크게 앞서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국내브랜드들의 선전에 더욱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2011년에도 커피 전문점이 아닌 타 업종에서도 커피메뉴를 강화함에 따라 여전히 시장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커피 업계 역시 커피만을 가진 경쟁이 아닌 차별화된 카드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에도 전문점별 차별화 전략으로 사이드 메뉴 군을 강화해 복합매장의 성격을 띄는 커피전문점들이 많다.
커피로만 승부했던 스타벅스는 컵케이크와 떡 메뉴를 도입했고, 카페베네는 와플과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성을 보였다. 최근에는 엔젤리너스와 투썸플레이스도 샌드위치를 새롭게 선보이며 경쟁력 있는 사이드 메뉴 군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또한 이런 사이드메뉴의 강화를 위해 별도의 물류공장을 설립하는 등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아울러 캡슐 커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원두 판매 등 테이크아웃에 초점을 맞춘 틈새시장을 공략해 부가적인 매출 창출에도 힘쓸 계획이다.

커피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입맛이 원두커피로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20~30대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원두커피를 즐긴다. 시간이 갈수록 이 계층은 점점 확산돼 원두커피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된다. 전국에 커피를 교육하는 사설 교육기관이 급증한 것도 커피시장을 키우는데 한 몫했다.

한국커피교육협의회 회원인 커피 아카데미가 전국에 150곳이 넘으며 바리스타나 커피헌터 같은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났다.
커피 품질의 고급화는 시장의 성장을 가져오고 이에 따른 커피 비즈니스분야도 늘어났다. 앞으로 커피산업이 가지고 올 부가가치는 더욱 상승 될 것으로 예상되며, 아울러 커피를 비롯한 커피음료 시장은 물론 관련 기계 산업까지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