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노동계 아우른 ‘민주통합당’에 민주당 굿바이

2012년 승리를 위해 민주, 친노, 시민사회, 노동계 손 맞잡아

2012-01-13     김득훈 부장

지난 12월18일 민주당,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등이 모여 민주통합당을 출범시켰다. 이날 각 진영 대표들은 국회에서 야권통합 추진모임인 ‘민주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를 열고 통합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야권통합을 향한 헌신과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민주통합당을 출범시킨다”며 “민주, 시민, 노동이 함께하는 새로운 통합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고 선언했다.

민주통합당 출범, 화학적 통합이 관건

12월18일 열린 출범식에는 민주통합당 원혜영, 이용선 공동대표 등 신임 지도부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이해찬 전 총리, 정동영, 정세균, 이인영, 박주선 전 민주당 최고위원, 문성근 전 시민통합당 지도위원 등 30여 명의 야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 공동대표는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그리고 남북평화를 목표로 삼아 위대한 각성의 시대를 맞는 20~30대 청년들이 주인이 되는 민주통합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공동대표는 “새롭게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춘 민주통합당을 지켜보며 지지와 채찍질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당 통합과 함께 대표직을 내려놓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지금부터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대립과 갈등이 아닌 하나가 되는 진정한 화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통합당은 임시 지도부 회의를 처음으로 열고 향후 진로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통합주체 간의 화학적 결합, 외부 진보세력과의 대통합, 시민참여정치의 실현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의 본격적인 행보는 1월15일로 예정된 지도부 선출경선 이후 시작될 전망이다.

이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민주통합당은 이전의 민주당보다 진보적인 색채를 띤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통합을 이룬 통합진보당과의 진보정책 경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향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대통합 또는 선거연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정책을 중심으로 한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진보성향 강화로 인해 내부적 갈등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2월말 성사된 국회 등원 문제에서 이미 갈등의 전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옛 민주당 인사들은 조건부 등원을 주장한 반면, 시민통합당 등의 여타 세력들은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던 것이다.
또한 민주통합당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젊은 유권자들의 결집’을 어떻게 이뤄낼지도 관건이다. 현재 민주통합당은 35세 이하 청년 4명에게 당선 안정권 비례대표를 부여하는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지도부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실시하게 될 온라인 방식이 얼마만큼의 흥행몰이를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문성근 시민통합당 전 지도위원은 ”지도부 선출 경선에 시민 5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월15일로 예정되어 있는 전당대회에서는 당권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는 향후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민주통합당의 권력지형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우선 한명숙 전 총리와 문성근 전 시민통합당 공동대표가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꼽히고 있어 친노세력의 지도부 대거입성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통합정당 추진 과정에서 폭력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바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강래 전 원내대표 등 구 민주당계 인사들의 생존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이는 총선 공천 시 호남계 정치인의 지분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구 민주당의 불모지로 불리는 대구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의원도 당권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이인영 전 최고위원이 세대교체를 내세워 전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며, 10.26재보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시민사회 세력에서도 다수의 당권경쟁자가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세력은 20만 명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는 한노총이다. 조합원들의 선거인단 참여 규모에 따라 당내 권력지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득 한노총 위원장은 “한노총은 통제가 가능한 조직이어서 선거인단 10만~20만 명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원 가능한 인원은 5만여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시 지도부 체제에서 정당활동 본격화

민주통합당이 출범한 후 첫 최고위원회가 12월19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각종 당론 등 기존 민주당의 정책을 승계하는 의결을 시행했다. 우선 정동영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미FTA 무효화 투쟁위원회’, 백원우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한나라당 부정선거 사이버테러 진상위원회’, 신 건 의원이 위원장인 ‘대통령 측근 비리 진상위원회’를 승계하는 데 합의를 봤다.
하지만 최민희 최고위원의 제안에 의해 ‘한나라당 부정선거 사이버테러 진상조사위’를 ‘한나라당 부정선거 디도스테러 진상조사위’로 ‘대통령 측근 비리 진상조사위’를 ‘대통령 주변 온갖 비리 진상조사위’로 명칭을 바꿨다.

또한 정봉주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BBK 진상조사위원회’를 신설하고 본격가동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12월22일 열린 대법원 상고심에서 ‘BBK 관련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징역 1년형을 확정받아 26일 구속 수감됨에 따라 위원장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
이어 민주통합당은 1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소식이 전해지 직후 ‘한반도 안정화 평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동철(통외통위), 신학용(국방위), 최재성(정보위) 의원 등 3개 상임위 간사와 당내외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 위원장은 “미묘한 시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로 비상한 상황을 맞이했다”며 “한반도 평화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같은 날 “정부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국가 안보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하고, 남북관계에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이 조성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로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의 정신과 취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초당적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12월23일에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로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이 선정된 데 대해 철회의 목소리를 높였다. 원혜영 공동대표는 환경단체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원전을 확대하는 첫 조치인 만큼 단호하고도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해당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 국민과 대응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지식경제위 김영환 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원전 정책은 현 정부에서 결정지을 일이 아니다”라며 “내년 대통령 선거 과정을 통해 보다 밀도 있는 논의를 거쳐 다음 정권에서 책임지고 끌어나갈 문제”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이 극복해야 하는 것들

이번 통합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중통합’에 그쳤다는 점에서 향후 이들의 힘겨루기와 계파 간 갈등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 다양한 계파와 노선이 존재하는 만큼 이들이 화학적으로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까지 어느 정도의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풀이다.
우선 손학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구 민주당 주류파와 시민통합당 중심의 친노세력이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박지원, 정동영, 정세균 계파가 건재하다. 또한 통합의 한 축을 담당했던 노동계와 시민사회계도 하나의 계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친노계와 정동영계 그리고 김근태계가 세 개의 축을 구축한 가운데 계파 간 갈등과 대립이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다양한 정책에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당내에서 논의를 거듭하다 흐지부지된 사안이 많았다.

당내에 계파와 노선이 많다는 것은 당의 화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당장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당내 상황은 자칫 통합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기존 정당이 아닌 시민세력이나 무소속 후보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중통합’이 오히려 호재라는 해석도 나왔다. 양자 구도 재편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강력한 대여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 1대1 구도를 형성하지 못하고 야권의 표가 나눠질 경우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에서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폭력사태 및 기득권 지키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새로운 통합정당의 출범이 국민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가야 하지만 폭력사태로 인해 효과가 반감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통합 결의 절차에 문제점을 제기한 일부 민주당 대의원들이 전당대회 무효 가처분신청을 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내세우며 야심차게 닻을 올린 민주통합당이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