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선지식을 찾아 깨달음을 이야기하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것이나, 여든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
과거에서부터 21세기 첨단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선악과 영혼, 육체의 삶을 주관하면서 인간의 문화에 거대한 뿌리를 내려온 불교는 개인의 성찰과 동시에 사회의 정도에도 앞장서 왔다. 사회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가치와 이상, 그리고 미래를 열어주는 깨달음을 우리는 불교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불교는 어렵다. 한역한 경전을 들여다봐도 사실상 그 문맥에 따라 이해해 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에 불국정사 불교대학을 통해 불교의 용어에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에 이르기까지 불자가 아닌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고, 부처님의 깨달음 한 조각 얻어 갈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고 있는 도심 속 선지식 범천 스님을 찾아 2012년 현대인들을 위한 ‘귀한 지침’을 구했다.
모든 중생의 아픔을 보듬어 안으리란 초발심을 되새기며
부산 수영구 망미동 영주암 회주이신 정관 큰스님을 은사로 동국대학교 선학과와 조계종립 은해사 승가대학원을 졸업한 범천 스님은 동화사 승가대학 강사·학감, 조계사 사회국장, 전등사 상임법사, 백양사 포교국장, 은해사 총무국장을 역임하였으며, 지난 2011년 3월 주지소임을 맡고 불국정사에 오셨다.
“부처님의 대비원력에는 털 끗만큼도 못 미침을 알았으나,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듯 자유를 꿈꾸며 출가의 뜻을 세웠다”라고 말하는 범천 스님은 “일대사인연을 짓기 위해 수행정진하고 있다”라고 강조한다. 일체중생을 위해 진리의 문을 열고, 그 참 뜻을 깨우치게 하여 제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행정진해온 범천 스님은 “모든 중생의 아픔을 보듬어 안으리라는 초발심을 되새기며, 오늘도 부처님 시주밥의 공덕을 조금이라도 더 회향할 수 있도록 정진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현대사회와 함께하는 생활불교인이 될 수 있도록 지역민을 위한 ‘불교대학’과 ‘다라니정진’을 개설하여 부처님의 교리와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범천 스님은 이를 통해 불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참된 모습을 찾아 자성하고, 나와 내 가족을 비롯해 이웃과 지역사회, 나아가 세계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성숙된 인격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인다. 2012년 신도회를 구성하여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에도 앞장서 나갈 예정인 불국정사의, 불교대학에 참여하거나 스님의 법문을 듣고 가르침을 얻은 지역민들은 주지스님께서 지역사회와 함께하심에 감사하다고 전한다.
여든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 모든 악은 짓지 말고 삼가 막으며, 모든 선은 받들어 행하라는 뜻이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것이나, 여든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라고 말하는 범천 스님은 “지금 현재 처한 이 자리에서 마음자리를 보아내고(見性,) 부처를 이루기 위해(成佛)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이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옳고 그름도, 사랑과 미움도, 동서와 남북도 그 본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얼마나 귀중한 인연인지 절실히 느껴질 것이다”라고 말하며 ‘수행을 통해 세상을 사랑하며 살라’고 가르침 주시는 범천 스님은 “도를 알고도 행하지 않고 사는 사림이 부지기수요, 도를 알지 못하나 도를 행하고 사는 사람 또한 부지기수니 참 묘한 일이다”라고 덧붙이며 행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1세기 모든 갈등, 중도사상에 답을 구하다
21세기 정치적으로도 경제, 사회, 문화, 종교적으로도 무수한 갈등과 대립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답을 구하자 범천 스님은 원효대사의 중도 화쟁사상을 화두로 “흑백논리 속에 획일화되려는 것이 문제이다”라고 전한다. “남이냐 북이냐, 흑이냐 백이냐, 찬성이냐 반대냐 캐묻고 싸우지만, 사실 A가 아니라고 반드시 B일 필요는 없다. 진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움직일 때 그것에 딱 맞아 들어가는 것, 그것이 답이고 그것이 중도이다”라고 설법하는 범천 스님은, “갈등을 대립이나 모순으로 파악하기보다 다른 것이 있기 때문에 같은 것을 설명할 수 있고 같은 것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학의 다리를 끊어서 오리 다리에 잇는 것도, 산을 무너뜨려 골짜기를 메우는 것도, 그 어떤 획일화도 세상에는 필요치 않다. 서로 얽히고설키어 있듯,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러함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범천 스님은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되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운다면 어떤 시비와 갈등도 종식시키기 어렵다. 때문에 원효대사의 화쟁논리는 다원화된 현대사회에 있어 더욱 가치를 발휘한다”라고 덧붙인다.
21세기 세계 석학들은 인류의 무한경쟁과 심화되는 인간성 상실, 자본과 권력 지배의 독선, 배타주의와 정신문화의 황폐화에 대한 답을 불교에서 찾고 있다. 인류의 인간성 회복과 세계의 평화가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이다. 2012년을 시작하는 1월, 범천 스님의 귀한 설법 말씀이 부처님의 깨달음 한 조각 얻을 수 있는 길이 되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든 삶을 헤쳐 낼 ‘지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