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안산업 현황

2005-10-31     글/김태현 부장
도청X파일 바람타고 호황맞은 보안업체
도감청 탐지, 사이버 보안 등 눈길, 수출도 활황

안기부 ‘도청 X파일’의 파문으로 ‘보안’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보안산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 사생활을 보장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보안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 올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X파일’, 그만큼 뜨겁게 대두되고 있는 보안산업 비즈니스의 실태와 전망을 살펴봤다.



국내에 도청방지ㆍ탐지회사는 몇 개나 있을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도청방지’ 또는 ‘방청’(도청방지), ‘불법감청탐지’ 등의 단어로 검색해 보면 불법감청장비를 색출해내는 보안회사들의 홈페이지가 속속 뜬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업체는 단 13개에 불과하다.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불법감청설비탐지업’ 등록제도를 신설, 현재 13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고 말했다. 불법감청설비탐지업은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감청, 즉 도청에 사용되는 장비를 탐지해주는 업종을 뜻한다.
정통부는 지난해 이들 불법감청설비탐지업의 변경등록과 휴지ㆍ폐지신고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했다. 그 결과 20~30개에 이르렀던 불법감청탐지업체 가운데 기준 요건에 미달하는 곳은 자연스럽게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불법감청설비탐지업의 등록요건을 갖추려면 5,000만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한다. 또 이용자보호계획, 사업계획, 기술인력과 탐지장비에 대한 세부기준 또한 정부 기준에 맞아야 한다.


도청탐지 방지 비즈니스 인기
국내의 13개 불법감청설비탐지회사들은 보안전문업체, 도청탐지방지업체 등으로 자사를 소개하고 있다. 보안업체들은 등록 후 영업 중 알게 된 고객정보를 누설하거나 고객에게 중대한 손해를 입혔을 경우 영업정지와 등록취소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고객의 프라이버시에 민감한 비즈니스인 만큼 보안비즈니스는 요건이 까다롭다. 이와 같은 도청탐지ㆍ방지 비즈니스의 시장규모는 아직까지는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급격히 성장해 연 150억~200억원 정도”라고 추산하고 있다.
한 업체 사장은 “아직까지는 대규모로 운영되기보다는 사무실 형태로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며 “보안비즈니스가 태동해 성장의 도약을 하려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X파일 사건 이후 일이 급증해 7월에 비해 8월에는 200~300% 늘었다”며 “도청장비 탐색업무도 X파일 사건 전에는 2~3일에 1건 했던 반면, 사건 이후 하루에 2~3건, 많으면 10건까지도 한다”고 덧붙였다.
도청장비를 탐색하는 곳은 주로 대기업 회장실이나 중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회의실, 사무실이다. 개인의 문의도 급증, 최근에는 기업과 개인고객의 비율이 7대3에 이른다. 도청장치 탐지비용은 평당 1만원정도 들며 기업고객은 주로 60~70평대의 작업을, 개인고객은 30~50평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한다. 사회적 관심과 함께 최근 몇몇 업체들은 아예 TV드라마에 도청기 탐지장비와 도청장비 탐색직원을 협찬하기도 했다. 부산에 위치한 한 업체는 “최근 MBC 드라마 <변호사들>에 장비와 직원을 협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의 경우 일찌감치 영화 <쉬리>와 드라마 <경찰특공대> 등에 도청장비를 대여해 줬다. 이렇게 활기를 띤 도청방지ㆍ탐지 비즈니스는 도청기술에 질세라 진화하고 있다. 도청기를 벽걸이시계와 소파, 테이블 밑에서 찾아내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엄지손톱의 4분의 1크기의 도청기도 자주 발견된다며 기업체 비서실과 임원실의 '딱풀'에까지 도청기가 숨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밖에도 립스틱과 전기 콘센트에서 실내 대화 도청장비를 찾기도 했다. 보안업체 한 관계자는 “곰인형의 눈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적이 있었다”며 “천장에 달린 화재경보기에도 몰래카메라가 부착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총성 없는 비즈니스 전쟁이 매일 벌어지는 곳이 바로 기업현장이다. 하지만 도청과 감시의 불안감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느끼고 있다. 그 결과 인터넷쇼핑몰의 도청장비제품의 매출도 유례없이 늘어났다.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 따르면 “X파일 사건 전에 비해 도청방지 제품의 판매가 4배 늘어 하루 300여개 팔린다”며 “휴대할 수 있는 1만~2만원대의 열쇠고리와 은장도 형태의 도청ㆍ몰래카메라 탐지기가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옥션에서 도청 감지기를 판매하는 한 업체는 “도청장비는 원래 선거 즈음에 많이 팔리는 선거특수품”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선거 때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또 “X파일 사건으로 일반인 사이에도 도청 불안감이 확산됐다”며 “물품을 비교적 쉽게 주문할 수 있는 인터넷으로 구매자들이 몰린 것을 보인다”고 했다.

사이버 정보보안도 눈길
아울러 사이버상에서의 정보보안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IT(정보통신) 발달과 함께 인터넷상에서의 보안도 문제가 되는 만큼 개인정보의 해킹을 막는 비즈니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또한 회원들의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보안넷’이라는 코너를 마련, 컴퓨터 바이러스 검사는 물론 개인 명의도용방지까지 시행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6월 아예 하반기 주요 사업전략의 일환으로 ‘생활밀착형 보안 섭스’를 택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한 관계자는 “한메일넷을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개편했다”며 “이번 개편으로 한메일넷을 단순히 편지를 주고받는 창구의 역할에서 벗어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메일로 보안 등 개인의 온라인 생활을 종합 관리하도록 했다는 것. 그 가운데 ‘명의도용방지’는 본인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실시간으로 차단, 주민등록번호를 보호하는 서비스다. 인터넷 안전에 민감한 회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메일의 명의도용방지 관련 매출액이 증가하자 다른 포털사이트 또한 이를 주시하고 있다. 금융 섹션에서만 있던 명의 도용서비스를 점차 메인 서비스로 노출시키는 추세다. 명의도용방지 서비스 등 보안 비즈니스의 성장력을 간파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스마트 온’이라는 또 다른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를 통해 네티즌은 인터넷 뱅킹 등에 이용하는 온라인 공인 인증서를 한메일넷 안의 전용 저장 장치에 저장할 수 있다.
집과 학교, 회사 등의 장소에 따라 사용하는 PC가 바뀌더라도 한메일넷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를 관리, 이용하는 원리다. 다음측은 사용자의 금융데이터 등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지 않고 임시 메모리에 저장해 사용한 후, 사용이 종료됨과 동시에 임시 메모리에서 삭제하도록 설계했다.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금융데이터의 해킹 위험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개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다른 사람이 악용할 수 없도록 만든 다음의 개인 명의도용방지 서비스의 경우 서울신용평가정보와 손잡고 진행하고 있다. 서울신용평가정보는 ‘사이렌24’라는 서비스를 개발, 가입한 회원의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막는다.
서울신용평가정보의 한 관계자는 “회원의 주민등록번호가 회원의 동의 없이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사용되려 하면 그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실시간으로 차단한다”며 “해당 회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e메일로 이 사실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회원이 직접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할 때만 차단기능을 일시 해제할 수 있는 이 서비스의 이용료는 월 990원. 서울신용평가정보는 이 ‘사이렌24’라는 서비스에 힘입어 지난 5년간의 적자를 뒤로하고, 올해 1/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휴대전화제조업체도 보안 비즈니스의 중심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03년 팬택앤큐리텔이 ‘2중 비화 휴대전화’를 개발했지만 판매되지는 않았다. 도ㆍ감청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이 ‘비화폰’은 음성통화를 암호화해 기지국으로 보내고 다시 상대방의 휴대전화로 암호화된 음성신호를 보내 통화하는 휴대전화다.
X 파일 사건 이후 비화폰에 초미의 관심이 몰렸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팬택앤큐리텔 관계자에 따르면 “2003년 개발 당시에는 화소수 경쟁이 치열, 비화폰에 역량을 집중할 수 없어 출시하지 않았다”며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화폰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관망하며 시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보안’관련 벤처기업 마케팅에 박차
대덕R&D특구 벤처기업들의 보안업체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도·감청 등 통신 보안뿐 아니라 금융사고, 웹 서버 해킹 등의 사고가 줄줄이 이어져 인터넷 보안에 대한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덕특구에 위치한 보안 관련 벤처기업들은 모두 3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안문제의 새로운 의식 확산과 함께 기술 우위성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마케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서버 보안 전문기업은 최근 서울지역의 금융기관과 대기업에서 제품 주문이 부쩍 늘어나 분주한 상황이다. 이 기업은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노출될 위험이 점차 커지는 등 시장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아져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일본을 선두로 해외수출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0억 매출을 올렸고, 올해 40억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 사장에 따르면 “보안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 회사 역시 통신과 인터넷 공격에 대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평소에 관심을 갖고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환경이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변화할수록 디지털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며 “회사나 각 기관에서는 인터넷 울타리 방어를 비롯 시스템을 통제하는 운영체제(OS)의 내부 보안이 필수적으로 갖춰 데이터보안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덕의 한보안장비 전문업체는 국내 보안시장을 넘어 국외시장을 점령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강·절도범 퇴치를 위한 ‘도난화재경보기’, 강·절도범의 감지 및 촬영을 위한 세계 최소형 ‘영상촬영장치’, 광범위한 시설을 전파로 감시할 수 있는 ‘무선경비시스템’, 택시강도 촬영용 ‘자동차 카메라’, 노약자 보호용 ‘실버폰’ 등을 통해 안전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 이러한 생산품의 85% 이상을 국내가 아닌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의 제품 주문이 꾸준히 들어와 최근 일본 초중고교에 ‘비상도보장치’를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해 36억원에서 올해는 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보안 장비는 선진국일수록 시장이 크다”며 “앞으로도 선진국을 타켓으로 활발하게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보안관련 업체들은 저마다 “보안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시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 보다는 평소에도 보안의식을 갖고 사고에 대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개인이나 기업의 정보 지키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2005년 가을. 보안 비즈니스는 젖먹이 아이 하루 다르게 성장하듯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뿜어내고 있다.

보안제품 해외 수출 '물꼬' 터
국내 보안 산업이 활기를 띄면서 토종 보안제품들의 해외 수출이 본격적인 상승 괘도를 타기 시작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철수연구소, 시큐아이닷컴은 올 상반기에만 해외 수출액 100만 달러를 일제히 돌파한데, 3분기 들어 200만 달러 고지 탈환을 목전에 둔 상태다.
잉카인터넷과 퓨쳐시스템도 올해 해외 실적이 조만간 100만 달러를 넘길 예정이어서, 국산 보안제품의 해외 수출이 비로서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국내 보안업체들이 지난 2000년 초반부터 꾸준히 해외 시장 공략에 적잖은 공을 들여온 결과물로, 5년여만에 수출유망 품목으로 보안제품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 해외시장에서 이들 기업들의 선전은 현재 국내 수요 부진과 업체간 출혈경쟁이 겹치면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국내 보안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일본, 중국 등 수요확대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만 해외 수출 실적이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전체 해외실적과 맞먹는 수치다.
여기에 국내 게임업체들의 활발한 동남아 시장 진출과 맞물린 게임보안 솔루션 특수와 블루코트, 사이바리 등 세계 유수 보안회사에 v3 엔진을 공급한 것도 해외실적이 급증하게된 기폭제 역할을 했다. 안연구소는 올 하반기에도 해외 사업의 선택과 집중전략을 통해 올해 해외 수출 500만 달러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76만 달러의 해외실적을 기록한 시큐아이닷컴도 중국 사업 호조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만 130만 달러 규모를 수출했다.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50여개사와 총판계약을 체결하는 등 유통망 확보에 나선 덕분에 올들어 중국 현지에서 통합보안솔루션인 'NXG 시리즈'와 취약점분석제품이 기대이상으로 잘 팔렸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한 관계자는 “올들어 국내 기업들의 해외수출이 급증한 것은 그만큼, 국산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며 “이외에도 국내 기업들도 현재 북미나 중국쪽과 활발한 수출협상을 벌이고 있어, 올 연말쯤 가시적인 성과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