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연중무휴 고객사랑
IMF 때 불철주야 일하는 이들을 위해 24시간 영업 시작
1997년 말 불어 닥친 IMF 광풍으로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 영세 기업들이 픽픽 쓰러지고,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장롱 구석구석에 묵혀두었던 금목걸이며, 돌반지를 꺼내던 그 시절. (주)현경(賢京) 김정만 회장은 나라를 위해 밤낮을 모르고 일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니를 건네기 위해 중국요리점을 열었다. 그리고 당시로는 파격적인 ‘24시간 영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불철주야 일할 수밖에 없던 날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밤새도록 일을 하고 밥을 먹으려 해도 이미 식당은 다 문을 닫아 허기를 채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24시간 영업을 하자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는 김 회장.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심야영업이 불법이었다. 이듬해가 되어서야 심야영업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현경은 중식업계 최초로 24시간 영업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 24시간 연중무휴. 언뜻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이것은 ‘내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김 회장의 의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만큼 그는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일 지도 모르는 자장면(으로 통칭 되는 중화요리)에 사명을 다하고 있다.
신 메뉴 개발 위해 매달 중국 방문
1998년 강남구 신사동에 개업한 이래 많은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중국요리음식전문 현경. 2004년 (주)현경 24시 법인을 설립했고, 현재 전국 34개 가맹점을 오픈해 프랜차이즈의 성공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현경의 역사는 한마디로 ‘고객사랑’의 역사다. 늦은 밤 식사할 곳을 찾지 못하는 수많은 일꾼들을 위해 가게 문을 처음 열었듯이 말이다.
지금은 많이 대중화 된 국물 없는 ‘볶음 짬뽕’. 이 메뉴를 개발한 곳이 바로 현경이다. 얼큰한 짬뽕을 먹고 싶어도 와이셔츠에 국물이 튈까봐 기피하는 사람들을 보고 신 메뉴를 개발하게 된 것만 봐도 현경이 고객의 입장을 얼마나 생각하는 지를 엿볼 수 있다.
도산사거리에서 18평 규모로 시작한 현경은 점점 그 맛에 매료된 이들의 입소문과 언론인, 연예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맛집으로 소문이 났고, 신 메뉴(볶음 짬뽕) 개발로 더욱 인기를 얻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최대 180석 규모까지 소화 가능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됐다.
명색이 중화요리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중국 현지의 음식 문화에 밝아야 한다고 김 회장은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한 달에 한번 꼬박꼬박 중국을 방문한다. 중국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메뉴 개발하기 위한 행보다. “중국 곳곳을 다니면서 새로운 메뉴에 대해 고심한다. 이를 우리의 입맛에 맞도록 개발하는 일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김 회장. 적지 않은 나이, 무리일지도 모르는 그의 일정에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기도 하지만 창업주로서 그동안 앞만 보며 달려온 그는 지금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건강? 이것은 김 회장에 걱정거리도 못 된다. 그는 여전히 서울에 올라오던 그 시절, 청년 김정만처럼 혈기왕성하다.
고농축 소스로 동일한 맛 선사
김 회장은 돈을 벌겠다며 열여섯에 서울로 올라와 중화요리점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젊은 시절 그에게는 자장면이 친구였고, 짬뽕이 가족이나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20년이라는 시간을 한 가지 일에 매달리다 보니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 하루하루가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른 길을 찾아보기도 했다. “딱 한번 외도를 한 적이 있는데 그게 모범택시였다.” 하지만 자장면과 친구를 하고, 짬뽕과 정을 나누던 그에게 그 길은 낯설고, 두렵고, 험난하기만 했다. 또 가정을 이루고,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늘어나자 택시를 모는 일만으로는 세 아이를 키우기가 버겁기만 했다. 결국 그는 돌아왔다.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을 하자’는 심정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중국집을 열었다.
한참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김 회장. 다시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또 한 번 겪어야했지만 그는 예전처럼 좌절하지 않았다. 집을 떠나 방황하고 돌아와서야 집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손님을 접대했다. 그리고 4년 만에 현경 빌딩을 세웠다.
2012년 1월 현재 전국에는 34개의 현경이 있다. 이는 앞으로 더 늘려갈 계획이다. 프랜차이즈 홍수 속에 현경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관리 덕분이다.
프랜차이즈는 관리가 생명이다. 점포 관리가 되지 않고 맛이 제각각이면 프랜차이즈는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김 회장은 점포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동일한 맛을 위해서는 현경만의 고농축 소스를 개발해 점포마다 제공한다.
“유능한 요리사를 고용하려면 인건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점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를 돕기 위해 고농축 소스를 개발하게 된 것”이라는 김 회장. 덕분에 점주들은 비싼 돈을 들여 유능한 요리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동일한 맛을 낼 수 있다.
맛 뿐 아니라 인테리어와 사람 관리도 본사가 관리하고 있다. 수시로 점포를 방문해 점주들을 교육하고, 가장 ‘현경다운 맛’을 낼 수 있도록 지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