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통해 정서를 공감하고 행복을 전달하는 작가
충실한 표현력과 사실적인 테크닉이 대상의 느낌 재창조
멘토, 모딜리아니와 장이규 선생
곽숙호 작가의 중·고등학교 시절, 가지고 있던 화집은 고작 한 권이었다. 하지만 그 화집의 주인공이었던 모딜리아니뿐 아니라 로트렉 등 많은 작가들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열정적인 의지 하나로 작업했던 작가들이었다는 사실이 곽 작가에게 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곽 작가는 “자연주의 작가 장이규 선생님을 만나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그림의 기초를 탄탄히 하고 한 단계 한 단계 천천히 밟아가면서 열심히 작업하고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고민이 따르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지금의 곽 작가가 있기까지 모딜리아니가 있었고 장이규 선생이 있었던 것이다.
자연 속에서 얻는 영감과 소재
곽 작가는 자연주의적, 사실주의적 작품세계를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자연에서 영감과 소재를 많이 얻는다는 곽 작가는 “너무도 빠른 시대 흐름과 넘쳐나는 기술문명 속에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었다”며 “곧 없어지고 말 것들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작품에는 낡은 소쿠리, 바구니, 혹은 골동품이나 낡은 악기들이 등장한다.
또한 계절마다 주변 나무에 열리는 모과, 석류, 대추와 같은 열매들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밝혔다. 새것, 비싸고 좋은 것만 찾는 시대에 순수하고 때 묻은 물건과, 정서와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들이 작품 성향에 많이 나타나는 이유다. 곽 작가의 그림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자연주의에 입각한 정물화위주의 그림이다. 바구니 속에 있는 과일은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그리지만, 그 속에 보이지 않는 연출력도 있음을 강조한다.
순수한 과일에서 느껴지는 자연속의 기분과 마치 과일향이 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순한 객관의 전이라기보다는 대상에 작가의 시각과 개성을 접목한 성질을 띠는 것이다. 흔한 정물화의 테마에서 과일로 대상을 하고 있지만 그녀만의 표현방법은 다양하고 독특하게 뿜어지고 있다. 새로운 표현양식의 작품 창작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충실한 표현력과 사실적인 테크닉이 대상의 느낌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가능성. 곧 그녀의 회화의 힘이다.
곽 작가는 “늦게 힘든 작가의 길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 열정적으로 작업에만 매진하고 싶고, 열심히 작업하는 것을 남은 내 인생의 과제로 삼고 싶다”며 “그림을 통해 정서를 공감하고 삶의 행복을 느끼게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 독자와 공감하며 철학이 담긴 뛰어난 표현력으로 세계를 구현하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기대한다.